이 바닥에 있으면서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단어들이 업계에서 사용되는 걸 보고 처음에 의아해한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서버단', '클라이언트단', '네트워크단'이다. '단'은 여러군데에서 사용되고 있어 그 의미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면 다들 "그냥 그렇게들 쓰고 있는데요?" 하며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처음 '단'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개발 영역의 단체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클라이언트단' 이라고 할 때에는 '클라이언트단에서 처리할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서버단에 부하가 많다는 게 문제이다'와 같이 이야기한다고 하자. 여기서 쓰이는 '단'은 왠지 '집합'적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럼 '둥글 단(團)'을 쓰는 게 맞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사기단, 사절단, 도박단, 사업단 같은 것처럼. 하지만 '측'이라는 의미도 매우 강해보인다. 인용한 부분을 '측'으로 치환하면 '클라이언트측에서 처리할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서버측에서 부하가 많다는 게 문제이다'처럼 말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측'이 맞는 말이 아닐까?

아쉽겠지만 위의 논의와는 전혀 상관없이 사실 이 '측'과 '단'의 문제는 실제로는 영어 번역에서 온 문제이다. '측'은 'side'를 번역할 때 온 것으로 한자로는 '곁 측(側)'을 쓴다. '단'은 'level'을 번역할 때 온 것으로 한자로는 '층계 단(段)'을 쓴다. 즉 '클라이언트단', '서버단'은 각각 'client level'과 'server level'의 번역인 셈이다.

'측'은 대립되는 사물의 어느 한 쪽을 나타낼 때, '단'은 '계단'에서처럼 여러 개로 나뉘어진 경우에 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예로 들었던 '클라이언트단에서 처리할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서버단에 부하가 많다는 게 문제이다'라는 말은 다시 말하면 '데이터가 클라이언트를 거쳐 서버를 거친 후 어디론가 가는데, 클라이언트를 거칠 때에는 처리할 게 별로 없지만 서버를 거칠 때에는 처리가 많아 부하가 많다.'는 말로 풀어서 쓸 수가 있다.

그런데... 사실 '단'을 쓰는 게 그다지 안 어울리는 건 사실이다. 계단, 상단, 중단, 하단이라는 말은 그간 사용되어 온 말이기 때문에 어울리지만 '클라이언트단'은 왠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계층'이라는 말은 'layer'라는 말에 대한 번역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도 어쩔 수 없고 대표적인 level의 한국어 번역인 '수준'이라는 말을 쓸 수도 있지만 '수준'이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뉘앙스, 이를테면 '수준이 낮다', '수준이 높다'처럼 상당히 위화적인 표현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굳어져 있어 알맞지 않다.

차라리 '단계'라는 말이 좀더 어울리지 않을까?


아직 수년차에도 접어들지 못한 초보 개발자이지만 직관적이고 익숙해지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을수 있는, 입문자들도 쉽게 이해할수 있는 개발용어가 사용되길 기대해본다.